오늘은 50대 인생 2막 준비일기를 시작해 본다.

오늘은 내가 왜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왜 인생 2막을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늦은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이 결정이 사실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쌓여온 결과였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이 글은 ‘다시 시작하기로 한 날’에 대한 기록이자, 나처럼 인생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의 정리입니다.
1. 아이들만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이 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엄마로, 가족의 일원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학교 문제, 진로 고민,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내 시간은 늘 뒤로 밀려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잘 해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자,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 질문은 생각보다 무거웠고, 쉽게 외면할 수 없었다. 그동안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삶이 멈추자, 나라는 사람 자체를 설명할 언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그 질문들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쌓여온 감정들이 아이들의 독립과 함께 표면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포기한 채 살아온 것이 아니라, 잠시 미뤄두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그 미뤄둔 나를 다시 꺼내볼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도 함께 느끼게 되었다.
2.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두렵게 느껴졌던 이유
‘다시 시작한다’는 말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한다. 나이가 들수록 선택 하나에 담긴 책임의 무게를 알게 되고, 실패가 남기는 흔적이 얼마나 오래가는지도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인생 2막이라는 말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지, 이 선택이 또 다른 후회로 남지는 않을지 수없이 고민했다. 특히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사회에서 자리 잡은 또래들, 여전히 바쁘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는 선택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는 계속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가장 안전해 보였지만, 동시에 가장 나를 지치게 만드는 선택이라는 것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하루하루를 무난하게 보내면서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아쉬움과 허전함은 점점 커져갔다. 그 감정을 외면한 채 살아간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더 무거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한 날은, 용기를 낸 날이라기보다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결정한 날에 가까웠다. 완벽한 준비가 되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상태로도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시작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나를 한번은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결국 나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만들었다.
3. 인생 2막은 새로운 삶이 아니라, 나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느낀 것은, 인생 2막이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그동안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감정들을 하나로 정리해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사회복지를 선택한 것도 단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이 방향으로 이끌었다. 과거의 나를 부정하지 않고, 그 시간을 토대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다시 시작하기로 한 날은 그래서 과거를 끊어내는 날이 아니라, 과거와 화해하는 날이었다. 나는 실패한 인생을 다시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살아온 인생 위에 또 다른 층을 쌓고 싶었다. 인생 2막은 젊은 시절의 대체물이 아니라, 그 시절에는 미처 하지 못했던 선택을 해보는 기회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도전을 멈출 필요는 없고, 오히려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시 시작하기로 한 날, 나는 더 이상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 기록은 그 결심의 시작이자, 앞으로의 시간을 향한 첫 발걸음이다. 인생 2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방향만큼은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방향을 선택한 그날을, 나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