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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인생 2막 준비일기 ③실습 현장에서 배운 진짜 복지 :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by memo47866 2026. 1. 22.

오늘은 사회복지사 실습을 하면서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된 ‘진짜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교재와 강의 속에서 배웠던 복지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복지의 차이,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의 변화, 그리고 실습이 끝난 뒤 비로소 알게 된 이 길의 의미까지, 50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며 겪은 솔직한 경험을 차분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실습 후기가 아니라, 왜 내가 이 나이에 다시 배움을 선택했고, 왜 이 길이 내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50대 인생 2막 준비일기 ③실습 현장에서 배운 진짜 복지 :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50대 인생 2막 준비일기 ③실습 현장에서 배운 진짜 복지 :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1. 교과서에서 배운 복지와 현장에서 마주한 복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 나는 나름대로 준비된 상태라고 생각했다. 사이버 강의를 통해 사회복지 이론을 성실히 이수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구조, 서비스 제공 절차, 욕구 사정과 케어플랜의 중요성도 반복해서 공부했다. 시험과 과제를 통과하며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최소한 기본적인 개념은 몸에 익어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인재가복지센터의 문을 열고 실제 현장에 들어선 순간,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복지는 아주 제한적인 세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현장은 교재처럼 정리되어 있지 않았고, 시간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출근과 동시에 어르신들의 상태를 빠르게 공유했다. “어제보다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어요.” “식사는 거의 못 하셨어요.” 이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당장 누군가의 하루를 좌우하는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책에서는 ‘대상자’라고 배웠던 분들은 현장에서는 모두 이름으로 불렸고, 그 이름에는 자연스럽게 존중과 관계가 담겨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복지는 제도 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 한가운데에서 끊임없이 조정되고 선택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론은 틀리지 않았지만, 현장은 훨씬 더 복합적이었고 인간적이었다. 실습생으로서 나는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배웠고, 동시에 ‘이 나이에 다시 현장을 배우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 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나이보다 태도가 중요했고, 경력보다 마음가짐이 먼저였다. 현장은 나에게 끊임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복지는 종이 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 움직인다고.

2.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내 인생의 교과서가 되었다

실습 기간 동안 만난 어르신들은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분들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의 역사였고, 그 세월은 말투와 표정, 작은 습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집을 방문할 때마다 어르신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그 반가움 속에는 외로움과 기다림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어르신은 “사람이 와주는 게 제일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흔히 복지를 지원과 제도, 서비스 제공의 관점에서만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어르신들에게 가장 큰 복지는 누군가가 자신을 기억하고 찾아와 주는 일이었다. 나는 특별한 도움을 드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의 표정은 달라졌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시는 어르신 앞에서 처음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지만, 곧 깨달았다. 그 이야기를 다시 들어주는 행위 자체가 돌봄이라는 것을. 치매로 기억이 흐릿해진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고 “당신은 참 잘 들어준다”고 말했을 때, 나는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말로 정의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복지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함께 있어주는 힘이었다. 그분들은 나에게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존엄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었다. 실습 노트에는 이론보다 어르신들의 말이 더 많이 적히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3. 실습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 인생 2막의 방향

실습이 이어질수록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실습을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하면 이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역할이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현장은 늘 인력이 부족했고, 일정은 빠듯했지만, 그 속에서도 어르신을 중심에 두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는 누군가를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조율하며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편에 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현장은 매일같이 보여주고 있었다. 실습이 끝나갈 무렵,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내게 “선생님은 어르신을 대하는 눈이 참 따뜻하다”고 말해주셨다. 그 말은 어떤 평가표보다 큰 확신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이 실습이 단순히 학점이나 수료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내 인생 2막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늦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지금이 사람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복지는 제도가 아니었다. 복지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었고, 그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이었다. 실습은 끝났지만, 나의 배움은 이제 시작이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분명 의미 있는 길이라는 것도 현장이 이미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