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0대에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마주했던 감정, 바로 ‘두려움’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실습 현장에 나가고, 다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서는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도 왜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로 선택했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해보려 합니다. 이 글은 잘 해낸 성공담이 아니라, 망설이고 걱정했던 평범한 50대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나이가 들수록 시작 앞에서 더 많이 망설이게 된다
젊었을 때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다.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많다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50대가 되고 나니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 여러 생각이 겹쳐졌다.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괜히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지’, ‘주변에서 어떻게 볼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특히 새로운 공부와 사회복지 실습을 앞두고는 설렘보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았고, 기억력도 예전만큼 자신 있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어색한 존재가 되지는 않을지, 실습 현장에서 실수라도 하면 민폐가 되지는 않을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수십 년을 쉼 없이 살아왔지만, 정작 나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에는 이렇게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동안 나는 가족을 위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나 자신만을 위한 선택에는 오히려 서툴러져 있었다. 그래서 시작 직전까지도 마음은 수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망설이고 두려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선택이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면 이렇게 깊이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작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실패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과 삶의 무게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두려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두려움을 안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2. 용기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를 버텨내는 힘이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용기라는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용기는 어떤 날 갑자기 생기는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매일 아침 다시 일어나는 선택에 가까웠다. 강의를 듣기 싫은 날에도 컴퓨터를 켜는 것, 실습이 부담스러운 날에도 약속된 시간에 현장으로 향하는 것,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런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용기가 되었다. 실습 초반에는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이 많았다.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포기하면, 나중에 더 후회하지 않을까?” 그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특히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과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이 아프고 상황이 힘들어도 하루를 살아내는 그분들의 태도는, 나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주었다.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도 남아 있었다. 단지 예전처럼 쉽게 용기가 생기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해야 할 일을 정해두고, 감정과 상관없이 한 걸음씩 움직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용기 내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해야 할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었고,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용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3.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가는 것이 인생 2막의 방식이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면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길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50대 이후의 선택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여전히 가끔 불안해지고, 이 길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질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들리더라도, 잠시 주저하더라도, 결국 다시 앞으로 향한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실습이 끝난 후에도 나는 완전히 확신에 찬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책임감과 부담이 더 커졌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 속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나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조심스러워졌고, 동시에 더 진지해졌다. 나이 들수록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말은, 무모해지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더 책임지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가볍게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깊이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젊은 시절의 나와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내가 가진 경험과 마음의 깊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인생 2막은 화려할 필요도, 빠를 필요도 없다.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이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 위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